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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할머니 (2)
성북동 글방 희영수
누가 할머니를 사랑했을까? 아들 다섯에 딸 둘이면 차고 넘치는 장사였다. 그들도 할머니만큼은 아니지만 저마다 충분한 자식을 두었다. 제일 적은 수 둘로 자식들을 계산해도 며느리, 사위까지 더하면 최소 스물여덟 명의 자손을 거느린 셈이다. 그런데 그 많은 피붙이 중 누가 우리 할머니를 사랑했을까? 최초로 인식한 불결은 무엇이었던가. 오물 가득한 기억을 거슬러 오르며 끄집어낸 후보 중 하나는 바로 할머니 집에서였다. 기억 속 할머니 집에는 정원이 있었다. 정원에는 돌로 된 징검다리가 있었다. 뭔가 가득 찬 장독대 여럿도 담벼락을 따라 들쭉날쭉 모여있었다. 집 안에는 2층으로 이어지는 나무 계단이 있었다. 나는 거대한 악어 인형 위에 앉아 계단 맨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썰매를 타며 내려오곤 했다. 푹신한 악어 ..

집에 돌아와 보니 문고리에 종이 가방이 걸려있다. 가방 속엔 새 양말 다섯 켤레가 들어있다. 아마도 자주 마주치는 마을 할머니 중 한 분일 것이다. 새로 이사 온 동네에서 또래 친구는 사귀지 못했지만 매일 마을 입구 정자에 앉아 하늘 구경하는 할머니들과는 꽤 반가운 사이가 되었다. 내 강아지 란마를 발음하기 어려워 아무렇게나 내키는 대로 부르는 할머니들. 저번엔 세주네* 할머니가 란마를 알콩이라고 불렀다. 도대체 란마가 어떻게 알콩이가 되었지? 생각하면 웃음이 나와 그 뒤로는 나도 종종 란마를 알콩이라고 불렀다. 부르다 보니 역시 란마보다는 알콩이가 입에 착 감긴다. 이전 동네에서도 그런 할머니들이 있었다. 집 앞 평상에 매일 식사 시간 전후로 모여 수다를 떨고 마늘을 까고 부침개를 노나 드시던.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