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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허리에 뜨개옷을 두른 가로수들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을 둘러싸고 노란 잎을 흩뿌리고 있었다. 유명한 덕수궁 와플집 옆으로는 스무 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달콤한 냄새에 놀라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그 치열하고 침 고이는 광경을 발견한다. 승자들은 따끈한 와플이 든 봉투를 쥐고 서둘러 자리를 뜬다. 포근한 날씨에 몸이 풀린 나들이객들이 덕수궁 담벼락 앞에서 한 컷, 노란 단풍나무 아래에서 한 컷, 예쁜 뜨개옷을 부여잡고 한 컷 바지런히 셔터를 누른다. 이렇게 다들 길을 막고 서있으면 빨리 미술관으로 갈 수 없다. 사람들을 일렬로 줄 세워 집에 돌려보내는 상상을 하고 있었는데 뜨개옷을 두른 가로수 허리를 붙잡고 한쪽 발 끝을 애교스럽게 든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할머..
2021-2023 긴개
2022. 10. 25. 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