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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다림판 (1)
성북동 글방 희영수
0418 월 / 다림판 위의 무사 / 긴개
다림판 없는 다림질은 로프 없는 번지점프요, 쌍안경 없는 탐조와도 같고 마우스 없이 디자인하는 꼴이라 할 수 있다. 위험하고 불편하며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단 말이다. 다림판 없이 다림질을 해보겠다고 이 년 넘게 버텨보았지만 다리미의 짝꿍은 식탁도, 책상도 될 수 없었다. 오로지 천이 두툼하게 깔린 아름답고 오묘한 곡선의 다림판만이 다리미의 짝꿍으로서 어울리는 격을 지녔던 것이다. 자취 10여년 차, 드디어 다림판을 샀다. 다림질이란 어쩐지 내 삶에 파고들만한 부류의 일이 아니었다. 옷은 빨기도 귀찮고 널기도 귀찮은데 또 개기도 귀찮고 입기도 귀찮은, 그러나 존엄한 인간의 생필품으로서 그 무게를 짊어져야만 하는 허물이요 허상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가디건에 경량패딩, 숏패딩, 롱패딩, 코트, 재..
2021-2023 긴개
2022. 4. 18. 23:06